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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살고 있던 마을에 「유령 저택」이 있었어.
번화가에서 살짝떨어진 곳에 넓은 정원이 딸린 2층짜리 하얀 집.
그 집엔 4명의 가족이 살고 있었어.
아버지는 대학교수, 어머니는 상냥해 보이는 인상이었던걸 기억해.
그리고 나와 비슷한 또래의 딸이 두명.
집을 짓고 한달정도 지났으려나, 아버지가 목을 매달았대. 큰딸과 아내도 목을 졸라 살해했다고...
동생은 언니를 목 졸라 죽이는 아버지를 보고 도망쳐서 숨었기에 다행히 아버지의 손으로 부터 살아남았대.
혼자 남겨진 동생은 먼 친척이 거두었다고 들었어.
그렇게 거주자를 잃은 그 집은 아직까지 철거되지 않은채 이상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어.
이게 내가 아는「유령 저택」이야.
고교 1년 여름방학때 같은 반인 K와T, 그리고 나 이렇게 3명이 유령저택을 탐험할 계획을 세웠어.
집안에 들어가 사진을 찍어와서, 개학때 친구들에게 자랑할 심산이었어.
밤도 깊어졌을 무렵, 손전등과 카메라, 그리고 여러가지 도구로 배낭을 채워서는 집을 빠져나와 집합장소인 공원
으로 자전거를 타고 갔어.
집합장소로부터 유령저택에는 20분 정도 걸려서 도착했어
마을 변두리에 덩그러니 서있는 하얀 집
정원이 넓은 탓인지 밤에 흰 색이 더욱 빛나보이는 탓인지 그것은 마치 마을과는 동떨어진, 다른 세계처럼 느껴졌
어.
자전거를 조금 떨어진 곳에 세워두고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도록 신중하게 집주위를 탐색했어.
문은 잠겨 있었고 1층의 모든 창문엔 빈틈없이 판자로 가려져 있었어.
2층 창문엔 판자는 없었지만 안쪽에서 신문지를 붙여놔서 집안을 들여다 볼 수 없었어.
우리는 남의 눈에 띄지 않는 뒷쪽으로 돌아가서 부엌문 가까이에 있는 작은 창문을 막은 판자를 제거하기로 했어.
그 창은 조금 높은 위치에 있어서 뒷쪽에 널려있던 큰 나무 상자를 몇개인가 쌓아서 밟고 올라가 못을 뽑기 시작했
어.
생각했던 것보다 간단하게 판자를 떼어낼 수 있었어.
창문을 통해 안을 들여다 봤지만 깜깜해서 아무것도 안보였어. 손전등을 켜서 안을 비춰봤어.
둥근 빛을 비추자 식기장이나 테이블이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했어. 아무래도 가재구가 그대로 남아있는것 같았
어.
문을 열기위해 K가 창을 드라이버 손잡이로 내리쳤어.
쨍그랑
유리가 소리를 내며 깨지자 그 틈새로 K가 손을 넣어서 창을 열었어. 창문은 좁아서 한 명이 겨우 기어들어 갈 수
있을정도의 크기였어.
흩날린 유리를 조심하면서 K에 이어서 T가 창문에 머리부터 기어들어갔어. 내가 마지막으로 손전등을 한 손에 들고 창을 기어들어가 집안으로 빠졌어.
그곳은 싱크대 위였어. 창에서 내려서자.
쿵~
하고 알루미늄이 울리는 소리가 났어.
먼저 들어간 두 명은 각자 여기저기 부엌을 비춰보면서
「우와~」「오~」
등 감탄사를 연발하고 있었어.
나는 싱크대 위에 주저 앉은 채로 손전등을 켜고 주위를 둘러봤어.
부엌은 상당히 깨끗했어.
물론 바닥이나 테이블 등이 희뿌옇게 먼지가 쌓여 있었지만, 집안은 깨끗이 정돈이 되어있는 상태로 청소만 하면
바로 살아도 될것같아 보일 정도였어.
식기장 안의 그릇들은 모두 그대로 사용해도 될것처럼 반짝거렸어.
일단 싱크데 앞으로 K와T를 불러서 사진을 찍었어.
「K! 너 괜찮아?」
T가 K의 손을 보며 외쳤어. K의 손에서 피가 떨어지고 있었어.
「들어올때 유리에 베였나봐. 아프지는 않으니가 괜찮아ㅋ」
K가 이렇게 말하면서 총총 걸음으로 걷기 시작했어.
나와 T도 뒤를 따라갔어. 부엌을 지나서 거실로 들어갔어.
넓은 거실은 부엌처럼 희부옇게 먼지가 쌓여있는것 외에는 평범해 보였어.
거실에는 바늘이 멈춘 커다란 탁상시계가 있었어.
사건 당일에 움직임을 멈춘것은 아닐지..이 시계가 이 집을 상징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져서 조금 슬퍼지기도 했
어.
살짝 맥이 빠지는 듯한 분위기가 감돌았어.
거실을 대충 둘러본 뒤에 복도로 이어지는 문을 열었어. 복도는 역시 캄캄했어.
우리는 손전등 빛을 복도 끝으로 향했어.
앞쪽 좌우에 문이 왼쪽에1개, 오른쪽에 2개가 있고 그 안쪽에 2층으로 이어지는 계단이 오른쪽에 그리고 가장 안
쪽에 현관이 보였어.
「어떡할까?」
T의 목소리가 조금 긴장하고 있는 듯 했어.
「좀만 더 가볼까?」
K의 제안으로 우리는 복도에 한 걸음 내디뎠어.
복도에 들어가자 확실히 거실과는 다른 분위기가 느껴졌어. 뭔가 공기가 무거웠어.
우리 모두 말수가 적어졌어.
어쩐지 공기의 냄새까지 다른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 나는 복도에서 현관을 향해서 사진을 한장 찍었어.
플래시때문에 집안이 번득이며 한순간에 떠올랐어. 왼쪽 문에 뭔가 보인것 같아서 손전등을 비춰봤어.
부적이었어. 몇장의 부적이 왼쪽 문에 붙여져 있었어.
우린 모두 할말을 잃었어. 아마 모두 같은 상상을 하고 있었을 거야.
「우선 오른쪽 문부터 열어볼까?」
K의 말에 나와 T가 동의했어.


부적이 없는 오른쪽 문을 열자 탈의실과 욕실이 있었어. 욕실을 향해서 카메라 셔터를 눌렀어.
딱히 눈에 띄는 것은 없었어
이어서 또 하나의 오른쪽 문을 열었어. 여긴 화장실이었고 역시 딱히 눈에 들어오는 것은 없었어.
「이제 저기 가 볼래?」
K가 잔득 긴장한 목소리로 부적이 붙어있는 왼쪽 문을 가리키면서 말했어. 조금 엉거주춤한 자세로 T가 문을 열었
어.
거기는 서재였어. 멋진 책상이 있고 벽에는 특이한 가면이나 장식품이 걸려있고 큰 책장에는 어려워 보이는 책들
과 어느 나라것인지 알 수 없는 장식물들이 줄지어 있었어.
우린 잠시 두려움도 잊은채 그 유품들에 눈을 빼앗기고 있었어.
「뭐지? 소포같은게 있어」
T가 책장에서 뭔가를 찾아낸 듯 했어. 그것은 손바닥만한 크기였는데 유지로 몇 겹이나 싸여져 있었어.
작은 스티커가 붙어있고 손글씨로
「アフンチャロエク」
라고 가타카나로 쓰여져 있었어. T가 조심스럽게 상자를 열었어.
안에는 토기같은 재질의 접시도 아닌것이 장식품도 아닌 기묘한 느낌의 납작한 것이 들어있었어.
한가운데가 조금 움푹 패여있고 그 주위를 이상한 도안의 장식이 있었어.
K와 T에게 그것을 전리품처럼 들게하고 기념사진을 찍었어.
「야~피 묻히지마.」
K의 손에서 난 피가 전리품에 뭍은 것을 보고 T가 말했을 때였어.
지잉....지잉...지잉...
갑자기 집이 울리는 듯한 소리가 방안에 울려퍼졌어.
우리는 긴장하고 주위를 두리번 두리번 둘러봤어. 그 울림은 10초 정도 계속 됐어. 그 소리가 들리면서 정적이 찾
아왔어.
K가 입을 열었어
「지진…일까.」
「마음대로 만져서 화났나?」
T가 농담인지 진심인지 모를 말을 했어.
T는 전리품을 제자리에 돌려놨어. 모두들 이 서재가 무서워졌던것 같아.
그것을 원래 자리에 되돌려 놓고 세사람 모두 아무말 없이 서재에서 나왔어. 나오면서 나는 아무도 없는 서재를 기
념삼아 셔터를 눌렀어.
이제 2층만 남았어
서재를 나와 현관쪽으로 걸었어.
복도는 변함없이 무거운 공기였지만 서재에 다녀온 탓인지 세사람은 조금 여유로운 기분이 된것 같아.
계단을 오르기 전에 현관에 둘을 세우고 사진을 찍기로 했어.
파인더 너머로 두사람을 봤어. T와 K는 익살맞은 표정을 짓고 있었어.
나는 셔터를 누르고 둘에게 좋은 사진이 찍혔다며 웃었어.
둘은 내 이야기를 듣고 있지 않았어. 둘의 시선이 내 뒤를 향하고 있다는걸 깨닫고 뒤를 돌아 보았어.
서재 문이....천천히....열리기 시작하고 있었어....


우리 세명은 서재 문에 눈이 고정되어 있었어. 나는 뒤로 물러나면서 현관 문까지 내려갔어.
세개의 손전등이 비춰지는 가운데 문뒤에 숨기라도 한듯이 문이 우리를 향해 정면으로 보이는 곳에서 멈춰섰어.
나는 뒤의 현관문 손잡이를 돌려보려 했지만 바깥쪽에서 고정되어 있는지 전혀 움직이지 않았어.
내 행동을 지켜보던 둘이 곁눈질로 나를 보았어. 나는 떨리는 작은 목소리로 현관이 열리지 않는다는걸 알렸어
「으흑!!」
눈을 다시 문쪽으로 향했을때 T가 흐느끼듯 비명을 질렀어. 나와 K는 T가 비추고 있는 곳을 보았어.
문 구석에...흰...손가락...
문을 잡고 있는 손가락이 보이고 있었어.
우리는 그대로 얼어붙었어. 너무 무서워서 꼼짝조차 할 수 없었어.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고 힘이 들어가지 않았어. 모두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문을 잡고 있는 손을 응시했어.
문에 변화가 나타났어. 손 위로 조금씩 검은 덩어리가 앞으로 나오기 시작했어.
우린 덜덜 떨면서 단지 그것을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어
검은 덩어리는 머리였어
문에서 직각으로 밀어올리고 있는 머리. 검고 짧은 모리카락에 이어 문의 그늘로 부터 세로로 늘어진 눈이 나타났
어.
눈은 인간이라곤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뜨고 보고 있었어.
「으아악!!!」
눈이 보인 순간 K가 비명을 지르며 계단을 뛰어 올랐어.
그 비명이 신호라도 된듯 나와 T도 함께 튀어나가 세명은 각자 비명을 지르며 계단을 뛰어 올라갔어.
사방팔방으로 흔들리는 손전등 빛을 쫓아 계단을 뛰어 올랐어.
내 손전등 빛에 잠깐씩 앞서 달리는 두명이 비춰졌어. 두 명을 잃어버리지 않게 필사적으로 쫓아 갔어.
K가 막다른 곳의 문을 열자 우리는 방으로 뛰어 들어가 서둘러 문을 닫았어.
사태를 제대로 파악할 수 조차 없어서 아무도 입을 열지 못했어. 등으로 문을 누르면서 방을 둘러봤어.
창문에 신문지를 붙여놔서 실내는 어두컴컴 했지만 눈이 어둠에 익숙해 진건지 손전등을 비추지 않아도 어렴풋이
방안의 상태를 알아볼 수 있었어.
안쪽 창가에 책상이 있고 위에 소품이 어지럽게 놓여있었어.
오른쪽에는 벽장, 왼쪽에는 침대가 있었어. 방 전체의 분위기가 지금 상황과는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어.
우리는 숨을 죽이고 문밖의 형세를 살폈어.
계단이나 복도쪽에서 별다른 기척이 느껴지지 않았어. 숨이 막힐 정도로 고요했어.
얼마나 지났을까, 조금씩 안정을 되찾아 갈 무렵이었어.
「얘들아~」
멀리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서 한순간 몸이 굳어버렸어. 아무래도 1층에서 부르고 있는것 같았어
「누군가 구하러 온거 아닐까…?」
짜내는 듯한 목소리로 T가 말했어.
K는 부정도 동의도 하지 않고, 단지 시선을 T쪽으로 옮겼어.


확실히 우리들의 소란스런 비명소리가 밖에까지 들리고 누군가 왔을 가능성은 있지...
하지만.....
지금까지 집안에 누군가 들어오는 소리는 나지 않았잖아.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노라니
「얘들아~!」
또 아까와 같이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어. 두번째 소리를 듣고 말릴 틈도 없이 T가 큰소리로 외쳤어.
「여기있어요!! 도와 주세요!」
나와 K는 외치지 않았어. 아마 K도 아래층에서 들리는 목소리의 정체에 자신이 없었을 거야.
T가 한 바탕 외친후 우리는 문에 귀를 대고 반응을 살폈어.
갑자기 문 바로 뒷쪽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렸어.
「여기 있니?」
갑자기 들린 낮은 목소리에 세 명 모두 까무러칠 정도로 놀라서 문에서 멀어졌어.
모두의 시선이 문에 꽂혀 있었어
아무리 기다려도 문은 아무런 변화가 없었어. 오히려 그게 더 무서웠어.
K와 T는 나보다 더 겁에 질려 있었어.
「들켰어. 도망가야해. 도망가야 돼. 들켰어. 도망. 도망가야해...」
K가 공포때문인지 같은 말을 반복해서 중얼거리고 있었어.
살았다고 생각하고 소리지른 T는 무릎을 세우고 쭈구리고 앉아서 고개를 숙인채로 조금씩 떨고 있었어. 나는 냉정
해지려고 노력했어
그리고 창문으로 도망가자고 제안을 했어. K가 거기에 응했어
「그래. 2층이면 어떻게든 뛰어내릴 수 있을지도 몰라. 그래. 하지만... 응. 그러니까...」
K가 말하다말고 또 혼자 중얼거리기 시작해서 내가 어깨를 잡아 흔들었어.
K의 머리가 흔들거렸어.
눈 초점이 좀 이상해 지더니 내가 보이지 않는것 같았어. 나는 T에게 도와달라고 했어. 그런데도 T는 계속 쭈그리
고 앉아 얼굴을 묻고 떨고 있었어.
하는 수 없이 둘을 그냥 방치하고 창문에 붙은 신문지를 혼자서 벗기기 시작했어.
유리가 드러나자 멀리서 가로등의 불빛이 보이고 그 안도감에 울고만 싶었어.
창문의 신문지를 다 벗겨냈을때쯤 유리에 사람의 그림자 같은 것이 비쳐서 뒤돌아 봤어.
어느새 K와 T가 내게서 등을 돌리고 나란히 서 있었어. 내가 괜찮냐고 물어봐도 거들떠 보지도 않았어.
등을 돌린채로 K가 억양없는 말투로 말하기 시작했어
「창문으로 그대로 내려가는 건 위험해」
「그래」
T도 억양이 없는 어조로 대답했어.
「옆 방에 로프가 있으니까 가져오자」
「그래」
그렇게 말하더니 두 사람은 한발 한발 걸어 나갔어.
멍하게 있는 나는 거들떠 보지도 않고 이쪽으론 잠시도 시선을 돌리지도 않은 채로 둘은 문을 열고 방에서 나가 버
렸어.
나는 그 모습이 무서워서 혼자서라도 창문으로 도망갈까 고민했어.



저 애들은 절대로 내가 알고 있는 그 애들이 아니야. 그렇지만 친구를 버리고 도망치다니...
저벅 저벅 복도를 걷는 소리에 이어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어.
아주 조용한 집안.. 벽 너머로 웅성거리는 듯한 소리가 들렸어. 둘이 뭔가 얘길 하는것 같았지만 내용까진 알아 들
을 수 없었어.
뭐라고 하는지 들어보려고 내가 벽에 귀를 대보자 갑자기
크크크크
깔깔깔깔
둘의 웃음 소리가 들렸어. 굉장히 기분나쁜 소리였어. 나는 그 애들이 그런식으로 웃는 것은 본적이 없었어.
나는 그 웃음 소리를 듣고 혼자서 도망가기로 결심했어.
창문의 열쇠를 열려고 했지만 열쇠가 녹이 슬었는지 손가락이 떨리는 탓인지 잘 열리지 않았어.
그러자 옆방의 문을 여닫는 소리가 났어. 당황해서 유리를 두드려 봤지만 유리는 깨지지 않았어.
삐걱... 삐끄덕...
마룻바닥인 복도를 걷는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어
나는 방을 바라보면서 순간적으로 침대밑으로 기어들어갔어. 그리고 기색을 지우려고 숨을 죽이고 있었어.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더니 두 명이 들어왔어.
나는 침대 밑에서 두 애들의 신발이 움직이는걸 보고있었어. 그 애들은 내가 없어진걸 확인하고 있는건지 한동안
그대로 멈춰 서 있었어.
둘의 신발옆으로 로프 같은것의 끝자락이 보였어.
그 애들이 정말로 로프를 구해왔다는 것에 살짝 마음이 놓였어.
이제 침대에서 나갈가 생각도 했지만 조금전의 태도와 웃음소리가 신경이 쓰여서 좀더 지켜보기로 했어. 둘은 잠
시 아무말도 하지 않더니 창을 향해 걷기 시작했어.
벽 옆에서 멈춰서더니
철컥
내가 열지 못했던 창문 열쇠를 순조롭게 여는 소리가 났어. 계속해서 창이 미끄러지며 열리는 소리가 들렸어.
「여기다 붙들어매자」
K의 목소리였어
「그래」
변함없이 두 사람의 목소리는 억양이 없었어.
둘의 신발은 나란히 책상쪽을 향하더니 잠시 부스럭 부스럭 뭔가 작업을 하고 있는 듯 했어.
얼마후 작업을 끝마쳤는지 둘의 신발이 다시 창쪽으로 향했어. 그리고 창틀에 오른것인지 내 시야에서 둘의 신발
이 사라졌어.
K의 목소리가 들려왔어
「자. 도망가자 제대로 목에 걸어」
「그래」
T가 대답하는 것과 동시에 책상이 창문쪽으로 끌려가듯 움직이더니 다른 한쪽의 책상 다리가 살짝 떴어.
터억!




뭔가 커다란 것이 벽에 부딪히는 듯한 소리가 울렸어.
쿵... 쿵...
부드러운 것이 계속해서 부딪히는 소리가 격렬하게 들리더니 점점 작아지고 나중엔 삐걱 삐걱 거리는 소리만 남았
어.
나는 둘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침대 밑에서 몸을 말고 떨고 있었어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때때로 들려오는 삐걱 거리는 소리에 나는 떨려서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어.
시간에 대한 감각이 전혀 없어. 침대 밑에서 시시각각 시간이 지나가고 있었어.
삐그덕... 삐그덕...
쭉 들리던 삐걱이는 소리에 섞여서 다른 소리가 들려오고 있다는걸 문득 깨달았어.
그 소리는 문에서 먼 복도 안쪽에서 들려오고 있었어. 천천히...하지만 확실하게 이 방에 가까워지고 있었어.
문앞에서 멈춰서는 소리. 잠깐의 정적이 흘렸어
나는 비명이 새나가지 않게 떨리는 손으로 내 입을 틀어 막았어
끼익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어. 문 근처는 어두워서 잘 안보였지만 가만히 서서 상태를 살펴보고 있는 듯 했
어.
꼼짝도 하지 않고 문 쪽의 어둠을 뚫고 시선을 응시하고 있었어.
어두운 가운데 다리가 보였어. 남자의 맨발이었어.
이윽고 움직이기 시작했어. 아주 천천히 걷기 시작했어. 방을 천천히 돌아보듯 걷는 다리.
어두운 탓인지 그 다리는 묘하게 창백해 보였어. 다리가 침대 옆에서 멈췄어.
입을 누르고 있던 내 손에 무심코 힘이 들어갔어.
갑자기 여기를 들여다 볼것만 같아서 비명을 지르고 싶은걸 필사적으로 견뎠어.
다리는 당분간 멈추어 있더니 서서히 문쪽을 향해 움직였어.
문이 열리고 어두운 곳 속으로 다리가 빨려들어가더니 천천히 문이 닫혔어. 복도의 삐걱이는 소리가 점점 멀어져
갔어.
나는 소리나지 않게 조심하면서 침대를 빠져 나왔어.
여기에 있으면 언젠간 그것에 발견될거야. 그 공포가 내 몸을 움직였어
침대에서 빠져나오자 로프가 눈에 들어왔어. 책상에 연결되 있는 2개의 로프는 열려있는 창 밖으로 이어져 있었
어.
책상은 굉장한 무게로 끌려간듯 창가에 한족 다리가 뜬 채려 걸려있는 상태였어.
로프는 한개 더 있었어.
똑같이 책상에 연결되어 있었지만 그건 책상위에 그대로 놓여져 있었어.
한쪽 끝엔 모리만한 크기의 고리가 만들어져 있었어.
그것을 보고 등골이 서늘해 지는 것을 느꼈어.
창문으로 도망칠 수 밖에 없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남겨진 로프를 보니 아무래도 창에 가까이갈 용기가 나지 않았
어. 창문에 가면 그 두명과 같은 운명이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았어
아니, 무엇보다 그 두명에게 다가가는것이 무서웠어.


그렇다고 문을 열고 그것이 배회하고 있는 복도를 지나서 다른 방에 가는 것도 할 수 없었어.
어딘가 도망갈 장소가 없을까 나는 필사적으로 방안을 둘러봤어.
하지만... 창문 이외에 도망갈 장소라고는 없었어.
굳게 각오를 한 나는 남겨진 로프를 사용해 창문으로 내려가기로 했어. 가능한 한 창문에 가까워지지 않도록...
두 사람쪽을 보지 않도록 해서 손을 뻗어 책상위에 있는 로프를 휙 집어 들었어.
고리를 이루고 있는 구석을 풀려고 필사적으로 손톱으로 당겼어. 점점 고리가 풀리고 있었어.
그때 시선을 느껴서 문쪽으로 뒤돌아 봤어.
문엔 아무런 변화가 없었어.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다시 시선을 로프에 돌리려고 했을때, 창문에 두개의 반원으로 된 그림자가 보였어.
K와 T가 창문으로 눈까지만 머리를 내밀고는 여기를 보고 있었어.
나는 튕겨지듯 뒤로 물러났어. 눈을 뜨고 가만히 나를 보고 있었어.
그 눈엔 인간적인느낌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어.
등이 문에 부딪쳤어. 부딪치는 소리와 동시에 문 저쪽 편에서 멀리 소리가 들렸어.
「얘야~」
삐걱... 삐걱...
부르는 소리와 동시에 천천히 걸어오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어. 이젠 도망갈 수도 없다고 생각했어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걸음소리는 이 방에 가까워 지고 있었어.
갈 곳을 잃은 나는 어떻게든 도망치고 싶은 마음에 무심코 벽장에 들어갔어.
곧바로 여기로는 달아날 수 없다는걸 깨달았지만 후회해도 이미 늦었어.
내가 들어가자마자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어. 나는 숨을 죽였어.
어슬렁 어슬렁 천천히 방안을 돌아다니는 듯한 기색이 느껴졌어. 그것은 대충 방안을 거닐더니 문 근처로 돌아왔
어.
다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어. 그 소리에 약간 안도감이 들었어.
그때 내 발밑에서 삐그덕 소리가 들렸어. 나는 기색을 지우려고 숨을 참았어.
「여기있니?」
당황해서 손으로 벽장 문을 눌렀어. 이번엔 벽장 문 바로 뒷편에서 소리가 났어.
「여기 있었구나」
하면서 벽장 문을 열려고 하는 힘이 느껴졌어.
나는 당황해서 죽을 힘을 다해 문을 잡고 있었어. 문을 열려는 힘은 점점 강해졌어.
나는 혼심을 다해서 문을 잡고 있었어.
저편에서 문을 당기는 힘은 더이상은 버틸 수 없을 정도로 굉장해졌어.
양쪽에서 힘이 가해져 문이 흔들흔들 하더니 금방이라도 떨어져 나갈것만 같았어.
나는 엉엉 울면서 여기에 없어요!! 라고 몇번이나 외쳤어.
얼마나 그 줄다리기를 계속 했을까... 한순간 내 손이 미끄러져서 엄청난 기세로 문이 열렸어.
바로 그때 엄청난 빛이 쏟아지면서 눈이 부시고 현기증이 나더니 아무것도 안보이게 되었어.




누군가가 내게 뭔가 말을 하는것 같았지만 잘 들리지 않았어.
어쨋든 나는 여기에 없어요...여기 없어요... 하고 외칠 뿐이었어.
신고를 받고 달려온 경찰관에게 끌려가서 많은 조사를 받게 되었어.
무엇이 있었는지...
왜 그곳에 갔는지...
두명은 왜 죽었는지...
그때 나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그 집에서 일어난 일을 취조실에서 자세하게 설명했어.
처음엔 약을 한것으로 의심받았지만 검사한 결과는 당연히 음성이었어.
둘의 죽음에 관한 의심도 받았지만 로프가 있던 방이나 로프 그 자체에서 내 흔적이 전혀 나오지 않았던 덕에 혐의
를 풀 수 있었어.
그렇지만 내가 목격한 증언은 완전히 무시당했어. 그 집안에는 우리들 세명 이외의 발자국은 발견되지 않았던 것
같아.
연배의 경찰관이 조서를 다 쓰고 거기에 내가 싸인을 할때 조용히 중얼거렸어
「이번에도 벽장에 숨어서 살았네.」
결국 두 명은 원인 불명의 히스테리로 자살한것으로 되버렸어.
마지막으로 좀더 얘기하자면, 그때 그 집에서 찍은 사진들을 경찰은 끝내 돌려주지 않았어.
단지 조사때 사진에 대해 질문을 했었어.
「서재와 현관에서 사진을 찍었을 때 또 누가 있었지?」
하는 내용이었어.
내가 아무도 없었다고 하자 취조관은 조금 의아스러운듯한 얼굴을 했어.
하지만 그 이상 그 일에 대해서는 묻지는 않았어.
그 전리품에 써있었던 말은 어떤 민족의 말로
「명계(저승)로 가는 길」
을 뜻한다는걸 의외로 빨리 알아 낼 수 있었어. 그렇지만 그 이상의 일은 아무리 조사를 해봐도 알 수 없었어.
지금도 그 집에 있는 걸까?
그 후로도 한밤중에 창을 보면 눈까지만 내놓고 나를 보고 있는 두명이 보이곤 해.
이 얘길 하면 부모님, 친구들. 의사까지 모두 나를 동정했어.
언젠가 마음의 상처는 치유된다, 이젠 괜찮으니 안심해라. 라는 둥...
오늘 밤도 둘은 창밖에서 눈만 내놓고 억양이 없는 말투로 내게 말을 걸어.
「기다리고 있어」
「그래」


이것이 단지 환각일 뿐이라고 단언할 자신이 없어.
한번 더...
그곳에 가보면... 알 수 있을까?


원출처 : モモ 님(http://www.cyworld.com/mythlove0)께서 일본이야기를 번역하신 이야기입니다.
2차출처 : killercell 실제로 겪었던 무서운 이야기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