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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 외진 플스방에서 민서가 알바를 시작한지 한 달, 조금 칙칙한 빌딩이라 첫 출근하는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진 않았지만 막상 시작해보니 사장님도 대학생인 민서를 많이 배려해주시는데다 건물 외관 탓인지
찾아오는 손님도 적어 낮에 못다한 공부를 일하면서 겸사겸사 할 수 있어서 마음에 드는 알바 자리였다.
그 날은 유독 손님이 없어 12시 정각에 가까운 그때서야 손님이 오면 울리는 차임이 처음 울렸다.

" 어서 오세요. 한 분이세요? "

" ...네. "

민서는 방긋 웃으며 손님을 맞이했지만 그의 첫 인상은 썩 좋지 않았다.
정돈되지 않은 머리가 눈썹을 덮을듯 쳐져있고, 키는 민서보다 머리 두 개 정돈 큰데
살이 찐 건 물론이고 외투를 갑갑해보일 정도로 두껍게 입은지라 더욱 체격이 비대해보였다.
내려온 머리카락 사이론 쌍꺼풀이 심하게 진한 두 눈이 퀭하니 떠있었는데,
눈동자가 큰데도 눈빛은 어두운 게 마치 먹물을 풀어놓은 파렛트처럼 생기가 없었다.
짧은 순간에 그를 스캔했지만 민서의 마음엔 새끼 손톱만큼의 연애 세포도 반응하지 않았다.

" ... 어.. "

그러나 그의 입장은 다른 모양이었다.
머리카락 사이로 무겁게 움직이는 눈동자가 민서의 얼굴을 훑더니
괜히 기분이 나쁘게 아래로 천천히 내려갔다.
'한 시간에 얼마에요?' 라던가, '새벽에도 해요?' 같은 일상적인 손님의 반응은 아니었다.
특히 민서가 짧은 치마를 입고 있으니 허벅지 께에서 눈동자가 번뜩이는데,
그 순간만큼은 눈에 '집요하게' 무언가를 갈구하는 안광이 보여서 민서는 저도 모르게 다리를 오므렸다.

" 저, 손님.. 카드 가지고 테이블로 가시면 되요. 게임은 어떤 거 찾으세요? "

민서는 소름이 돋았지만 설마 사람을 앞에 둔 채 흑심을 품고 훑어보는 건 아닐거라고
스스로 부정하며 남자를 안내했다.

남자는 거대한 석상이라도 된 마냥 우뚝 서서 반쯤 벌어져있는 입을 닫지도 않은 채
설명을 무표정하게 듣고 있는데, 트러블이 잔뜩 돋은 피부가 조명 아래 번들거렸다.
민서는 의식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진짜 못 생겼다'라고 자꾸 되뇌이는 자신의 마음을 자책했다.

'외모로 사람을 평가해선 안 돼, 왜 이렇게 내가 못 된 생각을 하는거야'

그 남자와 단 둘만이 있는 플스방에 도는 정적이 무서워 민서는 말이 많아졌다.
그렇지 않으면 이 가만히 서있는 남자와 자신이 말도 없이 서있게 될 거란 상상 때문이었다.
어떻게든 이 남자를 테이블에 앉혀 플스나 하게 하고, 가게문은 계산이 끝나는 순간 닫아버려야겠다고,
그러려면 조금 호들갑을 떨더라도 빨리 게임이나 시켜서 보내는 게 좋겠다고 민서는 생각했다.

" - 요금은 그렇구요, 저기 CD와 메뉴얼 가지고 플레이 하시면 되요. "

" .... 근데요, "

" 네? "

" 성격이.. 참 밝으시네요.. "

이건 무슨 뜬금없는.. 여지껏 설명에는 답도 없이 멍하니 듣기만 하더니 플스 사용에 대해
문의하는 것도 아니고 성격 이야기가 왜 나오는지 민서는 머리가 멍해졌다.

" 아.. 네..네.. "

횡설수설하듯이 남자를 놔둔채로 민서는 카운터로 돌아와서 의자에 앉아 최대한 남자의 시선을 피했다.

' 아.. 저 사람 좀 이상해.. 외모를 떠나서 행동 자체가 이상해. '

민서는 괜히 '카톡에 들어가서 친구에게 톡을 할까, 말까, 새벽인데 어쩌지,' 고민하며 애를 태웠다.
페이스북에 들어가서 친구들과 여행했던 사진을 보며 불안함을 잊으려고 하다가 남자를 슬쩍 바라보는 순간

홱! 하고 시선을 감추는 남자. 이 쪽을 바라보고 있었을까.

' 미치겠네. '

남자가 테이블에 앉은지 5분이 지났는데도 TV 전원도 켜지 않아 더욱 민서를 불안하게 했다.
게임이나 영화에 집중하시라고 일부러 어둡게 해놓은 조명이 오늘따라 원망스러웠다.
시계바늘이 거꾸로 흐르는 듯 더디게만 여겨져 스마트폰만 의미없이 켰다, 꺼졌다를 반복했다.
의식하지 않으려고 노력해봐도 민서는 구석에서 자신을 집요하게 쳐다보고 있는 느낌을 받고 있는 탓에
도무지 그럴 수가 없었다. 알바고 뭐고 그만둘까, 낮에 일할까, 생각은 더욱 방황했다.

' .... '

민서가 용기를 내어 고개를 슬쩍 돌려보자, 다행히도 남자는 이 쪽을 보고 있지 않았다.
다만 남자의 눈은 천장을 향해있었고, 그 시선은 내려올 줄 몰랐다.
반 쯤 벌린 입은 남자를 더 멍하게 보이게 했다.
차라리 자신을 은근히 쳐다보는 것보단 천장을 바라보는 게 다행이라고 여기며 민서는 살짝 안도했다.
관심의 대상이 꼭 '나'에게만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퇴근 시간이 되었다.
남자는 그 뒤로도 한참을 천장을 바라보다가, 축구 게임 하나를 조금 끄적대는 것 같더니 계산을 하곤 나갔다.

' 미친 놈, 3시간을 넘게 있었는데 1500원 내고 나가네. 다신 오지말아주라 제발. '

재수 없는 날이었다고 여기며 퇴근하려는데 문득 그제서야 민서의 뇌리에 스치는 게 있었다.

' 왜 천장을 그렇게 오래 쳐다봐? 뭘 찾고 있었던거지? '

민서는 기억을 되짚어 낯선 남자가 한참을 쳐다보고 있었던 방향을 찾아 시선을 돌렸다.
방범용 CCTV 카메라가 툭하니 달려있었다. 민서는 남자가 CCTV를 찾고 있었단 생각을 하자마자
출입문을 걸어잠궜다.

' 미친 새끼 혹시 계단 밑에 숨어있는 거 아냐? 어떡하지? '

민서는 조금씩 몸이 떨렸다. '남자가 눈이 아파서 게임을 못 하고 안타깝게도 하늘을 바라보며 잠시 쉬고
있었다(?)'는 유치한 가설을 세우면서까지 최악의 상황은 아닐 거라고 자신을 달래려했지만 이미 민서는 컴퓨터에
연결된 방범 프로그램에 접속해 CCTV 화면을 돌려보기 시작했다. 파일은 30분 단위로 녹화되어있었다.



" 아 완전 소름끼쳐, 뭐야 이거.. "

민서는 차마 녹화 영상을 더 보지 못하고 종료를 누른 채 최대한 출입문에서 보이지 않는 쪽으로 숨었다.
혹시 출입문 유리 사이로 번뜩이며 자신을 찾는 눈동자를 만나게 된다면 미쳐버릴 것 같았다.
녹화 영상을 보면서 민서는 몇 차례나, 그것도 아주 오랫동안 영상 속의 남자와 눈을 마주쳐야했다.
남자는 처음엔 무언가를 천장에서 찾는듯 두리번거리더니, CCTV를 발견한 이후론 행동이 딱 두가지였다.
카운터 쪽을 은근히 바라보거나, CCTV를 뚫어져라 쳐다보거나.
민서의 생각엔 CCTV가 정말로 작동하고 있는 건지 아닌지에 대한 확신이 없었던 것 같았다.
만약 저 CCTV가 달려있지 않았다면 남자가 어떤 결심을 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자 더욱 무서웠다.
그 날 민서의 퇴근길은 두려움과의 숨바꼭질이었다.



수 일이 지나자 점점 그 날의 기억은 악몽에서 단순한 헤프닝으로 변해갔다.
친구들에게 얘기하자 무슨 그런 미친 놈이 있냐며, 호신 스프레이라도 하나 사서 다니라고들 서로 소란이었다.
세상 흉흉하단 건 알았지만 자신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민서는 덜컥 삼단봉이라도 하나 사야하나
진지한 고민을 하곤 했다. 하지만 삼단봉을 사기도 애매한 입장이 된 건 출근해서 만난 사장과의 얘기 때문이었다.

" ... 아, 민서야.. 이걸 참.. 뭐라고 해야할지.. 일단은, 일단은 말이야. 얘는 내 친구야.
친하진 않고.. 거 뭐야, 같은 반이긴 했는데, 농담은 서로 주고받고 하는데 막상 같이 밖에서 놀아본 적은 없는
친구있잖아, 그냥 반 친구 정도..? 그래 그냥 그정도로 아는 사이였는데 우연히 연락이 와서 한 번 놀러오라고
한거거든. 근데 왜 그 시간에 왔대.. 일단 정말 오해할만 했어, 내가 봐도 이상하네. CCTV가 있으니까
너무 불안해하지말고, 얘한테는 내가 연락을 따로 하던가 해야겠다. 그만둔다는 말은 하지말고.. "

" 네... "

사장님의 아는 지인이였다니, 뜻밖이었지만 불안감은 좀처럼 가시질 않았다.
민서의 다리를 훑어보던 끈적한 시선을 떠올리면 사장님의 친구가 아니라 자신을 향해 입맛을 다시는
악마처럼 느껴졌다. 털끝 하나 건드리게 한 적 없지만 사람 마음이란 게 그랬다.
자신의 마음 속에서 공포가 한 번 자라나기 시작하면, 오해가 번져가면, 어떤 이미지라도 괴물처럼
자라나니까. 그렇다고 그만두기엔 아직 일한지가 한 달 밖에 되지 않았는데다 일 자체는 편하고,
사장님도 알바생 배려를 많이 해주는 편이라 이런 헤프닝으로 그만두긴 좀 그렇다고 민서는 생각했다.

" 그럼, 부탁할게. 진짜 무슨 일 날 것 같으면 경찰에 바로 신고해. 알겠지?
내 아는 놈은 맞는데 솔직히 영상 보니까 내가 다 무서운데 당사자인 너는 어떻겠어..
나도 걔 잘 몰라. 책임감 없는 말이라서 미안하다. 어쨌든 오늘 2시 넘어서 손님 없으면 그냥 문 닫고 가라. "

" 네, 안녕히 가세요. "

사장님이 퇴근하고, 플스방은 정적에 잠겼다.
이 정적이 최근까진 '공부하기 좋은 분위기'라고 생각했지만 그 사건이 있은 후론
불안해서 근무를 제대로 하기 힘들 정도로 민서의 신경을 곤두서게 하는 환경이 되버렸다.
그야말로 좌불안석이란 말에 어울렸다.

민서가 한참 초조해하고 있으려니 왠 그림자 하나가 불쑥 들어오는 통에 민서는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 했다.

" 헙...!!! 아, 아. 어서오세요. "

대학생처럼 보이는 남자 한 명이었다. 그 뒤엔 친구들 몇 명이 따라서있었다.

" 여기 한 시간에 얼마에요? "

" 천, 천오백원이요. "

" 아침까지도 해요? "

" 아뇨, 손님 계시면 3시까지 하구요.. 그 뒤엔 닫아요. "

" 어~ 그럼 안 되는데. 야, 멀티방으로 가자. 여긴 밤샘 안 되네. "

-

' 아, 나도 참 별꼴이다. '

대학생들이 내려가는 걸 보며 민서가 안도하려는데 대학생 친구들이라고 생각했던 무리 중에
한 명은 일행이 아닌 모양이었다. 민서의 심장이 다시 덜컥거렸다.
이번엔 확실했다. 저번의 그 남자가 플스방으로 들어왔다.

" 잘.. 지내셨죠.. "

안녕하세요도 아니고, 썩 친한듯이 잘 지내셨냐니..
웃으며 보낸 손님이었다면 '또 오셨네요' 했을 걸 민서는 그만 묵묵부답하고야 말았다.

" 하,하.. "

굳어있는 민서의 귀로 감정 없는 헛웃음이 끈적한 촉수처럼 달라붙는 것만 같았다.

' 사장님 친구 ' 라고 생각하려했지만, 그러기가 힘들었다.
게임이 목적이 아니라는 것쯤은 카운터 앞에 이미 1분 이상을 별 주문도 없이
서있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 사장님... 친구시라면..서요? "

" 걔가 그래요?????? "

엘리베이터에서 무서울 때 계속 말을 걸었다는 익명의 경험담이 떠올라 민서는 조금이라도
불안한 마음을 없앨 수 있을까 싶어 말을 꺼냈지만 또 다른 의미의 공포를 불러왔다.
그 말을 듣자마자 몹시 반가운 듯 갑자기 말이 빨라지며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아시네요??' 하며
자기 혼자 횡설수설하기 시작했다.

' 관심을 가지지 말았어야 했는데.. 서로의 공통점을 만들다니 '

" 걔가요 중학교 때 글쎄 하하하하 "

' 제발 그만해. 나랑 무슨 상관이야? '

" 근데 그 야동이 재밌거든요. 그냥 야해서보는게 아니라 스토리가요, "

' 아.. 진짜 도망가고 싶다.. 신고도 못 하겠고.. '

" 그 여배우가 꽤 유명하거든요. 아시려나? 헤헤 들어보셨을수도 있구요 "

" 손님, 게임하러 오신 거 아니에요? "

말을 잘라먹듯 민서가 용기내어 쏘아붙였다.
그러자 남자의 표정이 다시 시무룩해지며, 일전의 '정색'으로 돌아왔다.

" 아... 제가 싫으신거죠.. "

" 무슨 소리 하시는거에요 지금.. 플스 하시러 온 거 아니냐구요. "

" 잘 알겠습니다.. 이름이라도 가르쳐주세요.. "

여태껏 말도 제대로 못 붙이다가 겨우 먼저 말을 걸어줬다는 것만으로 이렇게 무모해진다니,
이런 타입의 인간은 살면서 여지껏 만나보지 못 했기 때문에 민서는 지금 자신이 잘 대처하고
있는 건지도 몰랐다. 그냥 머리가 혼란스러웠고, 사장님의 지인이라고 해서 자신이 불쾌함을 참아야 할
이유는 없다고 여기며 최대한 신경질적으로 대했다. 빨리 자신에게서 떨어져주길 바랬다.

" 왜 그러시는지 모르지만 제 이름 모르셔도 되구요. 게임하실 거면 하시고,
안 하실거면 나가주세요.. 이것도 일종의 영업 방해에요. 그리고 제 기분도 좀 나쁘구요. "

" 플스 하러 온 거에요. 카드 주세요. "

잠시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던 남자는 어느 순간 평정을 찾더니,
언제 자신이 추파를 던졌냐는듯 멀쩡하게 카드를 낚아채어 테이블에 가서 아주 능숙하게 전원을 켜고
자리에 앉았다.

' 아.. 그냥 나가라고 할 걸. '

플스방에 시끄러운 정적이 감돌았다.
요란한 게임 소리, 그에 비해 돌처럼 굳어있는 민서와, 민서와 눈을 마주치면 으레 시선을 돌리지만
시선이 위를 향했다가, 아래를 향했다가.. 누가 봐도 게임에서 이기고 픈 느낌보단 정신이 딴 곳에
팔려있다는 걸 알 수 있는 플레이를 하고 있는 어두운 남자.
저 남자가 나가야 문을 닫을텐데, 이대로라면 퇴근 준비를 하고 문을 잠글 때까지도
저 남자가 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니 민서는 벌써부터 답답하고 소름이 끼쳐왔다.
혹시 주변에 있을지 모를 친구들에게 새벽인데도 불구하고 카톡부터 잔뜩 보내놨지만
쉽게 답이 오는 사람이 없었다. 하필이면 오늘따라 대답들이 왜 더디냐고, 괜한 친구 탓을 하며
민서는 더욱 스마트폰을 꽉 쥐고 있었다.

" 쿨럭, 쿨럭 "

남자의 마른 기침이 정적을 깼지만, 그 뒤의 침묵에 오히려 어색함을 더 얹었다.
특별히 음료수를 사마신 것도 아닌데 화장실을 이상하게 자주 오가며 힐끗힐끗 이쪽을 쳐다보는 남자.
민서는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며 무거운 마음으로 시계를 쳐다보았다. 2시 18분. 폐점을 준비해야 할 시간이다.
그러려면 화장실로 가서 대걸레를 빨아와야 바닥을 닦을 수가 있는데 문제는 남자가 화장실을 자주 오고가고 있단 것이다.

' 어떡하지, 그냥 오늘 하루 청소하지 말까.. '

하지만 그럴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곳곳에 과자 부스러기가 보이는데 양심적으로 돈 받고 일하는 입장에서
내 기분에 따라 하고, 말고를 따지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 손님. 죄송하지만 3시면 저희 가게 문을 닫거든요. 테이블 정리를 좀 해주시겠어요. "

" ..... "

남자가 답이 없다.
공포와 짜증이 동시에 밀려오는 걸 억지로 참으며 민서가 화장실을 향해 등을 돌린 순간 등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 ..... "
민서는 몸이 순간 굳었다.
굳이 쳐다보지 않아도 뒤통수에 눈이 달린듯 남자가 숨소리조차 내지 않고 일어서있다는 게 느껴졌다.

" ..... "
테이블 정리하려는거겠지, 테이블 정리하려고..
민서는 겨우 한발짝, 두발짝을 떼어 화장실로 다가갔다.

그 순간

" 춥지 않으세요. 다리, 너무 추워보이는데.. 춥게 입으셨네요.. 헤헤.. "

등 뒤에서 남자가 뱉은 몇 마디가 마치 능글거리는 구렁이가 되어 허벅지를 기어다니는 느낌이 들었다.
민서는 그 뱀이 허벅지를 감아오르는 소름끼치는 느낌에 화장실로 가려던 걸 내팽개치고 탕비실로 달렸다.
짧은 찰나의 판단이었지만 이 플스방 안에서 자신을 그나마 안전히 숨길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 카운터 옆
탕비실이었기 때문이다.

" 감기 걱정되서 그런건데, 진짜에요, 한 번 봐요 - "

ㅡ 철컥

" 학, 학.. "

여태껏 살아오며 아무런 해를 끼친 적 없는 사람을 의심해본 적 없는 민서였지만 그간 남자가 자신을 힐끔힐끔 훑던
그 시선을 떠올리는 순간, 그런 남자의 입에서 '당신을 쳐다보고 있었음'을 짐작하게 하는 말이 나온 순간 자신도 모르게
싫은 수준을 떠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 도망부터 쳐버렸다. 숨을 헐떡이며 민서는 문이 제대로 잠긴 걸 확인했다.

-똑똑똑-

" 저기요 "

" 폐점 했으니까, 그냥 나가주세요. "

-똑똑똑-

" 이거 열어보세요. "

" 나가시라구요. "

남자는 똑,똑,똑 또렷하게 노크를 하며 계속해서 카운터에 서서 탕비실 앞을 떠나질 않았다.
민서는 어두컴컴한 탕비실 안에서 주저앉아 두 귀를 틀어막았다.

' 살려주세요 '

경찰에 신고해야지, 경찰에 신고해야지, 덜덜 떨리는 손으로 주머니를 더듬거렸지만 그때서야 민서는
아차, 하고 아찔한 느낌이 들었다. 휴대폰을 카운터 탁자에 올려놓고 왔다.

- 쾅 !

순간 문이 꽤 큰 충격과 함께 울렸다.
나와보라는 말도 없이, 노크도 없이, 남자가 밖에서 몸을 던져 문을 열려고 시도하는 것 같았다.

- 쾅 !

민서는 완전히 충격에 휩싸여버렸다.
신고할 수단도 없고, 자신을 지켜줄 수 있는 건 탕비실의 철제 문 하나 뿐이었다.
쾅,쾅 소리에 문이 들썩거릴수록 민서의 머릿속엔 거구의 남자가 문을 부수고 들어와
민서의 목을 조르는 상상이 떠오르며 민서의 공포를 두 배, 세 배로 부풀렸다.

' 엄마, 엄마, 엄마... '

경찰이고, 친구고, 사장님이고 누구고간에 너무도 근원적인 공포는 민서의 생각마저 어리게 만들었다.
그 순간 생각나는 건 딱 하나, 엄마뿐이었다. 민서는 엄마를 외치며 울기 시작했다.

" 엄마!... 살려줘.. "

ㅡ 씨팔 !

별안간 욕이 들리더니 그 뒤론 잠잠했다.
하지만 민서는 귀를 틀어막고 한참을 우느라 밖의 잠잠함과는 상관없이 공포에 질려있었고,
저도 모르게 지쳐 쓰러져버릴 때까지 긴장을 놓지 못 했다.

- .... 똑똑똑 !

" 헉. "

노크소리에 민서는 찬 바닥에서 몸을 일으켰다. 시간이 얼마나 지난거지? 아직 밖에 있는걸까?
민서의 머리가 상황판단을 못 하고 있을 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민서야, 거기 있냐? 나 사장이야, 무슨 일 있었어? 괜찮아? "



커피 두 잔을 놔두고 카운터에선 두 사람의 대화가 오갔다.
한 잔은 이미 비워져있고, 다른 한 잔은 차게 식어있었다.

" 사장님, 저 못 하겠어요.. 죄송해요.. 못 하겠어요.. "

민서는 어젯밤을 생각하니 다시 눈물이 뚝뚝 흘러내렸다.
자신을 계속 쳐다보다가 결국 자신을 쫓아와선, 잠긴 문을 온 힘을 다해 열려고 하던 걸 생각하면 그순간 몸이 벌벌 떨려왔다.
플스방 사장은 심각한 표정으로 팔을 괴고 있다가 입을 떼었다.

" 민서야, 미안하게 됬다. 그 놈 그거 이상한 줄 알면 널 그렇게 내버려두는 게 아니었는데.
일한 돈은 계좌로 넣어줄게, 이건 아쉬워서 주는 거야. 받아라. 아.. 이제 아르바이트생 못 구하겠어.
내가 그냥 계속 있어야지.. 세상이 어떻게 이러냐. "

민서는 사장이 주는 보너스 봉투를 받고 플스방을 나왔다.
아르바이트도 그렇게 그만두게 되었다.
그리고 1주 뒤,

' 또 왔어. '

- 민서씨 -

정확히 아르바이트를 그만 둔 날 이후부터, 알 수 없는 번호로부터 '민서씨'라는 단 세글자만을 쓴 문자가
매일 매일 들어오기 시작했다.

자신을 밝히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민서의 대답을 요구하는 이 사람,
누구라곤 밝히지 않았지만 민서의 하루를 엉망으로 만들고 있는 건 당연했다.
 
- 민서씨 점심 맛있게 드셨어요 스파게티 좋아하시나요 -

민서가 일주일간 아무런 응답도 하지 않은 문자에 이어 이번엔 익숙한 패턴으로 카톡이 날아왔다.
저 카톡에 들어가는 순간, 어떤 휴대폰 너머의 흐릿한 눈동자가 반짝이며 사라진 '1'을 확인할 생각을 하니
민서는 차마 그 카톡을 열 수가 없어 카톡방을 들어가진 못한 채 미리 보여지는 메시지만 한참을 들여다봤다.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프로필 사진에, 이름은 '.' 점 하나로 등록된 터라 그에 대해 어떤 정보도 알 수 없었다.
프로필 미리 보기를 해봐도 마찬가지. 일방적으로 마치 오랫동안 '아는 사람'이었던 것처럼 전해오는 안부가 미칠 노릇이었다.
'뭐해 오빠'라는 우스개가 있다. 별 관심도 없는데 '뭐해?' '뭐해? '모해?' 일방적으로 말을 붙이려 드는 남자를 빗대어
하는 소리였고 민서도 비슷한 경험에 웃은 적이 있었지만 이 경우는 웃기지 않았다.
'뭐해'하고 물어오는 주체가 자신을 몰래 몰래 훑어보던, CCTV를 두리번거리며 찾던, 자신에게 '다리가 추워보이는데 한 번
봐야겠다'며 쫓아오던, 숨어있는 민서를 잡으려고 문을 열려고 시도하던, '낯선 남자'였기 때문이다.
헌데 민서는 문득 의아함이 들었다.

' 나 점심에 스파게티 먹은 걸 어떻게 안거야. '

정말 단순히 좋아하시냐는 확인 차원에서 묻진 않은 것 같았다.
설마 날 미행하는 걸까 소름 돋는 상상을 했지만 플스방을 그만 둔 이후로 그 남자가 민서의 행방을
알 방법은 없었기에 그건 아닐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곧 답이 나왔다.
민서의 페이스북 담벼락.

[ 오늘 너무 맛있어따 ㅜㅜㅜㅜㅜ 민서랑 율이랑 완전 폭풍흡입 ♡.♡ 담에 또 오장 - '박민서'님 외 2명과 함께 ]

같이 점심을 했던 친구 중 하나가 인증샷을 올리면서 민서를 태그한 것이 자동으로 민서의 담벼락에 올라와있었다.
답은 하나였다. '낯선 남자'는 플스방에서 민서를 덮치려고 카운터 앞을 서성이다, 민서가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와버린
휴대폰을 발견했을 것이고, 그때 민서의 번호를 비롯한 여러가지 정보를 얻었던 것이다.
그 뒤로 민서가 플스방을 그만 두었음에도 불구하고, 민서의 휴대폰 번호를 통해 민서에 대한 집착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ㅡ 대학교 압에 가있을까요 스파게티 먹을가요 ㅡ

페이스북에 올려둔 자신의 대학, 연애 여부, 좋아하는 것들, 그 모든게 악몽처럼 느껴졌다.
민서는 페이스북 계정을 바로 휴면 계정으로 돌렸다.
문자를 수신차단해야겠다고 생각하려던 무렵, 민서는 머릿 속에 하나의 이미지가 그려졌다.

어두운 한 남자가 민서가 다니는 대학 정문 구석에 움츠려있다.
삼삼오오 모여 다니는 대학생들이 이상하게 쳐다볼새면 좀 더 수그리며 구석으로 향한다.
바퀴벌레처럼 숨어있던 남자의 흐리멍텅한 눈동자가 씨익 초승달처럼 휘어진다.
민서다, 민서가 정문 앞으로 나왔다. 바보 같이 아무 것도 모르는 얼굴로.
남자는 희죽거리며 민서를 먼 발치에서 따라간다.
살짝 가까워진다, 대학로 앞 횡단보도를 다 건너자 그 차이는 상당히 줄어든다.
골목으로 갈수록, 민서가 무심코 자신의 자취방으로 향할수록,
인적이 드물어질수록 그 거리가 좁혀든다.
이제 불과 3m도 떨어져있지 않다.
민서가 자취하는 빌라 유리문으로 들어서자, 커다랗고 검은 그림자 하나가 스르륵 따라들어간다.
그 뒤론 비명조차 들리지 않는다.

" 안 돼.. "

민서는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기분 나쁜 망상에서 빠져나왔다.
cctv에 자신의 얼굴이 이미 충분히 노출되어있는 것을 알고도 자신을 해하려 들었던 남자였다.
만약 법적 조치를 취한다한들, 남자가 먼저 눈치를 채고 민서를 해꼬지하려 든다면 연약한 민서로서는
저항하기가 힘들었다. 아는 사람이 아니라 어떤 인적사항도 모르고, 1주일이 지난 시점이라 플스방을
다시 찾아간다한들 이미 저장된 데이터에서 지워졌을게 분명했다. 민서의 플스방 cctv는 1주일까지
녹화가 가능했다. 왜 그때 따로 받아두지 않았을까, 단순히 '그 날은 무사했다'는 안도감에, '이젠 그만둔다'는
생각에 그랬던 게 몹시 후회스러웠다.

민서는 이럴 바에야 설득을 해볼까 생각했다. 남자는 아마 자신이 이 메시지를 읽고 있다는 걸 충분히 알고 있을 것이다.
오히려 즐기고 있을지도 모른다. 민서가 이 메시지를 보면서 충분히 의식하기를, 더 무서워하기를, 가녀린 눈망울이 흔들리기를,
바라고 있을지도 모른다. 차라리 세게 나가볼까, 그러면 좀 움츠러들지 않을까. 원래 이런 사람들은 기가 센 여자한테는
아무 말도 못 하면서, 힘 없고 조용조용한 여자들은 자신이 도끼로 찍으면 넘어갈 나무인 것 마냥 들이대는 거 아닐까하고.

- 저기요. 누군지 모르지만 연락하지 마세요. 불쾌하거든요. -

꿀꺽, 일주일 만의 응답이었다.
민서는 단도직입적으로 불쾌한 감정을 표현했다.

- 민서씨 안녕하세요 -

- 원하지 않는 연락도 스토킹입니다. 경찰에 신고할 겁니다. -

- 어딨는지 정도는 말씀해주실 수 있잔아요 전 그냥 안부 전한거얘요 -

- 안부 물을 사이도 아니고, 그때 기억으론 확 신고해버리고 싶으니까 진짜 그만하세요. 저도 한계가 있어요. -

- 그때요? 그때 어땟는데욯ㅎㅎㅎㅎㅎㅎㅎ 무서웠어요?ㅎㅎㅎㅎㅎㅎ 그런거 아닌뎋ㅎㅎㅎㅎ -

' 아.. 씨.. 뭐야.. 완전 싸이코.. '

- 신고하겠습니다. 더 이상 말할 가치가 없네요. -

민서는 더 이상의 이성적인 대화는 무리라고 생각하고, 법적인 대응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러나 그 뒤에 바로 도착한 카톡은 민서에게 그 마음이 실행될 수 없게 만들었다.

- 그럼 우리 또 만나는 거내요 -

또,
만나는 거네요.

민서가 신고를 하면 다시 한 번은 만나야 하고, 만약 그 전에 저 남자와 만나게 된다면
그건 공권력에 의해 만나는게 아니라, 저 남자가 앙심을 품고 자신을 찾아오는 경우일 것이다.
죽어도 싫어, 차라리 평생 연락을 씹으며 도망다녀도 그 '시선'은 싫어.
민서는 카톡방을 지워버렸다.

남자가 이겼다.
민서는 다시 한 번 방 안에 갇혔다.
나올 수 없는, 남자가 일방적으로 밖에서 문을 열려고 하지만 민서는 나올 수 없는 '공포'의 방 안에.

신고한다면, 남자와 다시 만나야 하고,
신고하지 않는다면 남자의 일방적인 연락을 억지로 받아야 하고,
결국 어느 쪽이든 욕구가 충족되는 쪽은 남자였다.
남자는 아마 알고 있었을 것이다.
자신이 봐온 여느 여자들과 달리 플스방에 들어서자 활짝 웃으며 맞이하는 그녀의 호의를 보며 남자는 알았을 것이다.

'이 착한 여자는 남들에게 해꼬지를 절대 못 해. 아마 내가 달려들어도 우는게 고작일걸.'

그렇게 민서는 남자의 연락을 애써 무시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갈수록 남자의 연락은 줄어들었다.
관심종자에겐 무관심이 답인거였다고 민서는 다행으로 여겼다.
그렇게, 그대로, 끝이길 바랬다.
그러던 어느 날.
민서가 조금씩 생기를 되찾고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만들까, 말까, 고민하던 무렵의 일이었다.

- 머리 왜 바꿨어 저번이 더 얘뻐 -
- 사진 -

" ...... "

'머리 예쁘게 잘 나왔다'던 친구들의 호들갑에 기분 좋던 하루가 순식간에 저만치 가라앉았다.
무시해야돼, 무시해야돼. 하지만 '사진'이 몹시 신경쓰였다.

" 야 너 남친 있었어? 방금 뭐 머리 예쁘다 얘기 아니었어? 봐봐 봐봐 "

" 아냐 열지마, 야!! "

친구가 민서의 머뭇거리는 손으로부터 휴대폰을 낚아챈 건 순식간이었다.
그러자 이번엔 친구가 머뭇거리기 시작했다.

" 야, 너 그거 열었어? 왜 사람 허락도 없이 남의 카톡을 열어!! "

" 미.. 미안.. 민서야.. 근데.. 이거.. "

친구는 휴대폰을 민서 쪽으로 향했다.
머리를 바꾸고 나서 새로 바꾼 프로필 사진, 그 전의 프로필 사진이었다.

머리 왜 바꿨어, 저번이 얘뻐
그 메시지 밑으로 민서가 사진 속에서 활짝 웃고 있었다.

" 아아아악! 진짜 짜증나! "

민서는 혼란에 빠지며 탕비실 안에 갇혀있었던 그때처럼 머리를 감싸쥐고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영문도 모르고 놀란 친구는 미안한 마음에 훌쩍거리며 민서를 토닥거렸다.
그러나 민서는 지금 친구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 왜, 왜, 왜 내 프로필 사진을 가지고 있지? 자기가 뭔데?
페이스북도 없는데, 바뀐 프로필 사진을 왜 가지고 있지? 설마 그거, 캡쳐한 거야? '

- 확인했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
- 사진 -

콰직!

민서는 숫자가 사라진 걸 확인한 남자가 연이어 보내온 메시지를 보곤 휴대폰을 던져부수고야 말았다.
그 사진은 민서가 바꾸기 전의 프로필 사진, 그 사진의 한참 전에 올렸던 프로필 사진이었다.
민서는 온몸이 벌벌 떨려왔다.
가만히 있는데도 윗니 아랫니가 따닥따닥 부딪쳤다.

" 으.. 흐흐흐흐 .. 흐으으 "

친구는 그런 민서가 걱정되고 미안한 마음에 더욱 민서를 꼭 안았다.
민서는 그만 펑펑 울어버렸다.

그런 민서를 안심시킨 건 그 날로부터 몇 일이 지난 어느 날이었다.
민서의 옆에 훤칠한 남자 하나가 같이 있었다.

" 손.. 잡아도 되지? "

남자의 말에 민서는 스스럼없이 손을 꽉 맞잡았다.

" 영진아, 나 지켜줄거지? "

민서의 말에 '영진'은 뭔가 가슴이 벅차올랐다.

" 당연하지. "

그간 몇 번 호감을 내비친 적 있었지만 사람 좋은 웃음만 짓던 민서가 갑자기 자신에게 먼저 다가와준 게
기적이 일어난 듯 놀라운 영진이었다. 이 인연을 끝까지 함께 할거라고, 예쁜 사랑이 되도록 도와달라고,
영진은 마음 속으로 빌었다.

민서는 여전히 두려웠다. 하지만 영진의 듬직한 어깨를 보며 한편으론 안심이 되었다.
그간 '좋은 친구'로만 여겼던 영진이 이렇게나 듬직했구나.. 민서는 기댈 수 있다는게,
지켜주는 사람이 있다는게 이렇게나 좋은 일인 줄 처음 알았다.
그래, 영진이만 옆에 있어주면 그 놈도 절대로 못 다가와. 절대.

" 영진아, 우리 커플 프사 찍자! 둘다 프사하는걸로! "

" 진짜? 완전 좋지- "

영진은 좋아하던 민서가 다가와준 것이 몹시 고마웠다.
민서는 믿음직한 영진이 지켜주는 것이 몹시 든든했다.
사진 속 새로 태어난 연인은 행복하게 웃고 있었다.
여느 연인들의 시작은 다들 이렇게 로맨틱 코미디 속 주인공처럼 살갑다.
서로 더 좋아해봐야겠다고, 천천히 알아가야겠다고,
둘은 첫 사랑을 시작하며 함께 미소짓는 사진을 둘의 프로필 사진으로 바꿨다.




. . . . .

- 영진아 -

영진은 민서와 손을 잡고 걷던 중에 오래토록 서로 안부 한 번 한적 없던 형의 카톡을 받았다.

- 왜? -

- 엽에 누구 -

아.. 방금 바꾼 프로필 사진 얘기하는거구나.

- 여자친구 ㅎㅎ -

- 아는사람 같은대 -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야..

- 형이 어케 알어 ㅋㅋ -

- 집에 한 번 대리고 와 -

" 야, 나랑 있으면서 누구랑 또 연락하는거야 지금~? 너~ "

" 응? 아니야~! 과제 같이 하는 사람인데 언제 모일거냐 그러네.. 천천히 해도 되는걸 꼭 유난떠는 사람들이 있다니깐? "

" 그래? 흥.. "

" 그나저나 그 영화 봤어? 완전 대박이래.. "

오타쿠 같은 형이 있다고 하면 싫어하겠지.
괜히 긁어서 부스럼 만들 일 없잖아.
그래, 숨기자.




핸드폰 불빛 하나만이 조명의 전부인 어두컴컴한 방..
흐리멍텅한 눈빛이 어떤 연인의 사진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다.
이윽고 남자는 캡쳐한 사진에서 생긋 웃는 여자의 사진만을 잘라내기한 후 저장한다.


- 환상괴담, '아는사람' 끝.
괴담의 중심 The Epitaph



출처 : 오늘의유머, 환상괴담 님